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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자산 상속 및 관리

디지털 유산에 대한 국내 법률 현황 정리

by goodideas99 2025. 4. 30.

디지털 유산에 대한 기존 국내 법률의 한계

현재 대한민국 민법은 상속과 관련된 일반적인 규정을 마련하고 있지만, 디지털 유산에 대해서는 별도의 구체적인 규정을 두고 있지 않습니다. 민법 제1000조는 '상속은 사망을 원인으로 하여 개시된다'고 규정하며, 상속 대상에는 '재산상의 권리와 의무'가 포함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기서 말하는 '재산상의 권리'는 주로 부동산, 현금, 유가증권 등 전통적인 유형 및 무형 재산을 대상으로 하고 있습니다.

디지털 자산은 물리적 실체가 없는 전자적 데이터 형태로 존재하기 때문에, 기존 민법 해석만으로 상속 가능 여부를 명확히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특히 이메일 계정, SNS 계정, 클라우드 데이터 등은 '계정 소유권'이 플랫폼 회사에 있으며, 사용자는 일정한 이용 권리만을 보유하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로 인해 디지털 유산은 기존 상속 법체계에서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실정입니다.

또한, 개인정보 보호법은 사용자의 개인정보를 강력히 보호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사망자의 계정이나 데이터에 대한 접근 역시 엄격히 제한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가족이라 하더라도 사망자의 이메일이나 메시지 내용을 열람하는 것은 개인정보 보호 위반이 될 수 있습니다. 이런 점은 디지털 유산을 상속하는 과정에서 큰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으며, 현행 법률만으로는 디지털 자산 상속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습니다.

 

최근 논의된 디지털 유산 관련 입법 시도

국내에서는 디지털 유산에 대한 법적 공백을 해소하기 위해 여러 차례 입법 시도가 이루어졌습니다. 2021년과 2022년 사이 국회에서는 '디지털 유산 관리 및 보호에 관한 법률안'이 발의되었으나, 아직 본격적으로 제정되지는 못했습니다. 이 법안은 디지털 자산을 체계적으로 정의하고, 상속권자의 권리 및 절차를 구체화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삼고 있었습니다.

법안 초안에 따르면, 디지털 유산은 "전자적 형태로 존재하며, 경제적 가치 또는 정서적 가치를 지닌 데이터 및 계정"으로 정의되었습니다. 또한, 상속인이 고인의 디지털 자산에 접근할 수 있도록 법적 절차를 마련하고, 플랫폼 사업자는 이를 지원해야 하는 의무를 지도록 규정하고 있었습니다. 특히, 사용자가 생전에 디지털 자산에 대한 별도의 의사를 남기지 않은 경우에도, 일정한 요건 하에 상속인이 접근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조항이 포함되어 주목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이 법안은 개인정보 보호와 유족의 권리 사이의 균형 문제, 플랫폼 사업자의 부담 증가 문제 등으로 인해 논란이 일었고, 결국 국회 본회의 통과까지는 이르지 못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논의는 디지털 상속 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했으며, 앞으로 디지털 유산 관련 법률이 마련될 가능성을 열어두었습니다.

 

 

디지털 유산에 대한 국내 법률 현황 정리

 

 

주요 판례와 실제 사례를 통한 현황 분석

현재까지 국내에서 디지털 유산과 관련하여 공식적으로 선고된 대법원 판결은 많지 않습니다. 다만, 일부 하급심 판례나 실무 사례를 통해 디지털 자산 상속 문제가 법정에서 어떻게 다루어지는지를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로, 2020년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는 사망자의 카카오톡 대화 기록을 유족이 열람할 수 있는지를 둘러싼 분쟁이 있었습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카카오톡 대화 내용이 제3자의 개인정보를 포함할 수 있으므로, 별도의 법적 근거 없이는 유족이 임의로 열람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판결은 디지털 자산이 단순한 개인 소유물이 아니라, 타인의 개인정보까지 포함할 수 있는 복합적 특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또한, 암호화폐와 관련된 소송에서는 상속 대상이 되는지를 놓고 치열한 법적 공방이 벌어졌습니다. 대부분의 법원은 암호화폐를 경제적 가치가 있는 무형 자산으로 보고, 상속 대상이 된다고 판시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암호화폐 지갑에 접근하는 방법이나 개인 키(Private Key)를 확보하는 절차에 있으며, 이를 유족이 알지 못하면 실질적인 상속이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이러한 사례들은 디지털 유산 상속 문제가 단순히 법적 해석의 문제가 아니라, 실질적인 데이터 접근성, 기술적 문제, 개인정보 보호 문제까지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따라서 디지털 유산에 대한 명확한 법적 기준과 절차 마련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향후 개선 방향과 제언

디지털 유산에 대한 국내 법률 체계를 정비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개선 방향이 필요합니다. 첫째, 디지털 자산의 개념을 명확히 정의하고, 상속 대상과 절차를 구체화해야 합니다. 디지털 자산을 단순히 경제적 가치 기준으로만 구분할 것이 아니라, 정서적 가치나 기록 보존 측면도 고려해야 합니다.

둘째, 개인정보 보호와 상속권 사이의 균형을 맞춰야 합니다. 사망자의 개인정보를 보호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상속인에게 필요한 정보에 대해서는 일정 범위 내에서 접근을 허용하는 법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데이터 접근 권한과 절차를 명문화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셋째, 플랫폼 사업자의 협조를 의무화하되, 과도한 부담을 지우지 않는 합리적 기준을 설정해야 합니다. 현재는 각 플랫폼의 내부 정책에 따라 사망자 계정 처리가 자율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지만, 법률에 의해 일정한 통일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습니다.

넷째, 국민들의 인식 제고가 필요합니다. 디지털 자산 상속 문제는 단순히 법률가나 플랫폼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개인이 자신의 디지털 자산을 어떻게 정리할지 고민해야 할 문제입니다. 비활성 계정 관리자 설정, 디지털 유언장 작성 등 사전 준비를 활성화하는 캠페인과 교육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국내에서도 디지털 유산 관리에 대한 관심과 논의가 점차 활발해지고 있으며, 머지않아 관련 법률이 구체화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는 이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하며, 이를 통해 보다 안전하고 체계적인 디지털 상속 문화를 만들어가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