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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자산 상속 및 관리

해외(미국, 일본)와 비교한 한국의 디지털 상속 제도

by goodideas99 2025. 5. 12.

글로벌 시대, 디지털 상속 제도의 중요성과 필요성 

현대 사회에서는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인해 개인의 재산 구성에 있어 디지털 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점차 커지고 있습니다. 이메일, 소셜미디어 계정, 클라우드 저장 파일, 온라인 지갑에 저장된 암호화폐 등은 모두 상속 대상이 될 수 있는 디지털 유산입니다. 그러나 각국의 법률은 이러한 디지털 자산 상속에 대해 상이한 접근 방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 일본과 비교했을 때, 한국의 디지털 상속 제도는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어, 제도적 개선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미국과 일본의 디지털 상속 제도 사례를 살펴본 후, 이를 한국과 비교하여 한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겠습니다.

 

미국의 디지털 상속 제도 — RUFADAA 중심

미국은 디지털 상속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법적 장치를 마련한 대표적인 국가입니다. 특히, 'Revised Uniform Fiduciary Access to Digital Assets Act(개정 통일 디지털 자산 접근법, 이하 RUFADAA)'를 통해, 디지털 자산 상속을 체계적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RUFADAA는 2015년부터 미국 내 여러 주에서 채택되기 시작하여, 현재는 대부분의 주에서 이 법을 기반으로 디지털 상속을 처리하고 있습니다. 이 법은 다음과 같은 주요 원칙을 따릅니다.

첫째, 사용자 스스로 디지털 자산의 사후 처리를 설정할 수 있도록 보장합니다. 예를 들어, 생전에 플랫폼 내 설정(비활성 계정 관리자, 고급 설정 등)을 통해 사후 데이터 전달 여부를 명시한 경우, 그 설정이 최우선적으로 존중됩니다.

둘째, 명시적 동의가 없는 경우에도 법정 대리인이나 상속인이 특정 조건을 충족하면, 제한된 범위 내에서 디지털 자산에 접근할 수 있도록 허용합니다. 이 과정에서는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별도의 절차와 요건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셋째, 법원 명령을 통해 보다 폭넓은 접근을 가능하게 합니다. 유족이 필요한 경우, 법원의 허가를 받아 디지털 자산 복구나 이전을 요청할 수 있으며, 플랫폼 사업자는 이에 응해야 할 법적 의무를 가집니다.

이러한 시스템 덕분에 미국에서는 사망자의 디지털 자산을 보다 원활하고 합법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특히, 생전 설정과 사후 접근 절차를 명확히 구분한 점은 한국이 참고할 만한 부분입니다.

 

해외(미국, 일본)와 비교한 한국의 디지털 상속 제도

 

일본의 디지털 상속 제도 — 민법 해석과 실무 적용

일본은 디지털 상속에 대해 별도의 독립 법률을 제정하지는 않았지만, 기존 민법 해석을 확장하여 디지털 자산을 상속 대상으로 포함시키고 있습니다. 일본 민법은 상속의 대상을 "일체의 재산상 권리"로 규정하고 있으며, 여기에 디지털 자산도 포함된다고 해석하고 있습니다.

특히 일본은 디지털 자산에 대해 다음과 같은 접근 방식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첫째, 고인의 소셜미디어 계정, 클라우드 저장 데이터, 온라인 금융자산 등은 모두 경제적 가치 유무에 따라 상속 대상 여부가 결정됩니다. 암호화폐, 디지털 콘텐츠 수익권 등은 명확한 상속 대상이 되며, 사망자의 계정 자체는 플랫폼 약관에 따라 일부 제한을 받을 수 있습니다.

둘째, 플랫폼 사업자와의 협력 체계가 발전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일본 내 주요 인터넷 기업들은 사망자 계정 처리에 대한 자체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있으며, 유족이 적법한 서류를 제출하면 제한적으로 데이터 열람이나 삭제를 지원합니다.

셋째, 사법부의 적극적인 해석이 눈에 띕니다. 일본 법원은 사망자의 디지털 유산에 대해 상속권자의 접근 요청을 수용하는 사례가 많으며, 특히 유족의 감정적, 경제적 권리를 고려하여 실질적 보호를 우선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처럼 일본은 민법상의 일반 규정만으로도 디지털 상속 문제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있으며, 실무상 유연한 접근을 통해 유족의 권리를 보호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디지털 상속 제도 — 현황과 한계

한국의 경우, 디지털 유산 상속에 관한 명확한 법적 체계는 아직 마련되어 있지 않습니다. 민법은 '재산상 권리와 의무'를 포괄적으로 상속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으나, 디지털 자산에 대한 구체적인 정의나 절차를 제시하지 않고 있습니다.

현재 한국에서 디지털 자산 상속은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처리되고 있습니다.

첫째, 경제적 가치가 명확한 디지털 자산(예: 암호화폐, 온라인 광고 수익 등)은 상속 대상이 되지만, 접근 방법(계정 정보, 비밀번호 등)을 모르면 실질적 상속이 불가능한 문제가 있습니다.

둘째, 개인정보 보호법과 통신비밀보호법이 디지털 자산 접근을 제한하고 있습니다. 고인의 계정이나 데이터에 유족이 접근하려 할 경우, 플랫폼 사업자는 사망 사실을 증명하는 서류 외에도 개인정보 침해 여부를 엄격히 검토하여, 대체로 접근을 제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셋째, 주요 플랫폼(구글, 카카오, 네이버 등)은 자체적으로 사망자 계정 처리 정책을 운영하고 있지만, 이 정책은 기업마다 차이가 크고 법적 구속력이 없기 때문에 유족 입장에서 일관된 보호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넷째, 2021년 이후 '디지털 유산 관리 및 보호에 관한 법률안' 등이 국회에 발의되었으나, 아직 본격적으로 제정되지 못해 제도적 공백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은 디지털 유산 상속을 둘러싼 분쟁 가능성을 높이고 있으며, 사전에 대비하지 않으면 유족이 소중한 자산을 상속받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한국 디지털 상속 제도의 개선 방향 — 해외 사례를 참고하여

한국이 디지털 상속 제도를 선진화하기 위해서는 미국과 일본의 사례를 참고하여 다음과 같은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해야 합니다.

첫째, 디지털 자산의 정의와 분류를 명확히 해야 합니다. 경제적 가치가 있는 디지털 자산, 정서적 가치가 큰 데이터, 그리고 단순한 계정 이용권을 구분하여 각각에 맞는 상속 절차를 마련해야 합니다.

둘째, 생전 설정 제도를 법제화해야 합니다. 미국처럼 비활성 계정 관리자 기능을 법적 근거로 삼아, 사용자가 사망 이후 디지털 자산 처리를 미리 설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셋째, 법원 명령 기반 접근 제도를 도입해야 합니다. 유족이 필요한 경우 법원의 허가를 통해 제한된 범위에서 디지털 자산에 접근할 수 있도록 절차를 마련해야 하며, 개인정보 보호와 상속권 보호의 균형을 맞춰야 합니다.

넷째, 플랫폼 사업자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설정해야 합니다. 현재 기업 자율에 맡겨진 사망자 계정 처리 정책을 법적으로 통일하고, 일정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 반드시 유족 요청을 수용하도록 해야 합니다.

다섯째, 국민 인식 개선 캠페인을 전개해야 합니다. 디지털 상속의 중요성과 준비 방법을 알리는 교육과 캠페인을 통해, 모든 국민이 생전에 자신의 디지털 유산을 관리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디지털 자산의 비중이 커지는 만큼, 이제 디지털 상속은 선택이 아닌 필수 준비 사항이 되었습니다. 한국도 글로벌 트렌드에 맞춰 빠르게 제도를 정비하고, 국민의 권익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발전해 나가야 합니다.